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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약자석 픽토그램은 어떻게 등장했을까?

세에임 2012. 8. 22. 04:08

 


이러한 노약자석은 어떻게 나오게 되었을까요? 서울지하철 공사가 머리를 굴렸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2002년까지 서울지하철의 픽토그램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2호선                               3, 4, 5호선


새로운 픽토그램이 나온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 Episode 1

2001년 임신한 아내가 첫아이를 임신해서 6개월 정도 지나서 몸이 불편했습니다. 노약자석에 앉아 있었는데, 왠 할아버지가 오더니, 아내의 쪼인트를 깠습니다. 노인석에 앉아있다며, 화를 내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나도 똑같이 그 노인의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하면서 싸웠습니다. 


나: "야! 이 잡놈아! 네 눈엔 '노'자만 보이고, '약'자는 안보이니?"

노: 어디서 이런 싸가지 없는 놈이 ... 넌 애비에미도 없냐"

나: 우리 아버지는 너처럼 싸가지 없이 쪼인트부터 까지 않아! 어디서 개잡놈이나 하는 짓을 해! 존중받고 싶으면 어른답게 굴어! 


내 평생 싸움은 채 10번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는 사람은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음) 그런데 대학 졸업 후에도 하게 될 줄이야! 게다가 어른과 싸운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참 ... 가만히 보니 한심한 "노약자석"이란 안내문구였습니다. 딱 노인석으로 착각하기 좋게, 픽토그림이 되어 있었지요. 그땐 하도 열받아서 조치를 취하지 못했는데, 정작 조취를 취하게 된 것은 그 다음 해에 일어난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 Episode 2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당시 1~2 호선은 유난히 외국인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특히 노약자석에 외국인들이 많이 앉았지요. 물론 3,4,5호선은 좀 나은 정도였습니다. 당신이 외국인이라면, 1~2호선의 픽토그램을 보고, 무슨 의미인지 이해를 하겠습니까? 3~5호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사건이 터진 것은 5호선이었는데, 당시 우리 집은 고덕동 방면이었기 때문에, 상일동행 지하철을 타고 갔습니다. 그런데 갑자가 웬 외국인 남자의 욕설이 들리더니 할아버지에게 뺨에 싸다구를 냅다 날리는 것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놀라서 말리고, 위압감이 들었기 때문인지 그 외국인은 씩씩그리기만 하더군요. 


그래서 사태를 수습하고자 옆에 있던 젊고 이쁘게 생긴 여자가 물었습니다. 


- 통역 여자: "Why did you hit him?"

- 외국인남: "The fucking old man started fighting against my wife, first !"


할아버지에게 사정을 알아봤더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 노인 : 저 것이 노인석에 앉아서 양보도 안 해주고, 멀뚱멀뚱 보고 있길래! 내가 큰소리를 쳤어!


그렇습니다. 할아버지는 젊은 여자가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꾸짖었고 옆에 있던 히스패닉계 외국인이 자신의 아내에게 시비를 걸자, 화가나서 뺨을 때린 것이었습니다. 알고 봤더니 그 여자는 한국계지만, 한국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 교포였고 약간 히스패닉계의 피가 섞인 것 같았습니다. 부부가 친지 방문 중에 시비를 당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통역을 하는 사람이 파란 지팡이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습니다. 


- 통역여자 : Don't you see this pictogram? 

- 외국인남 : What is this meaning? I don't know .. Can you see it at a time? 

(무슨 뜻인지 모르겠소. 한번에 보고 당신은 알겠소?)                  


사실 그 말을 듣고 할 말이 없었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지팡이 세우는 짓을 하지 말라 정도로 밖에 안보이니까요. 


일단 시비가 발생했기 때문에, 경찰에 연락을 해서, 군자역에서 이들 부부와 노인은 내렸습니다. 


그것을 보고 지하철공사를 검색해서 그런 사연과 함께 다음과 같이 글을 올렸습니다. 


1. 픽토그램은 전 세계인들의 공용어가 아니다. 따라서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야 한다. 

2. 인구 1,000만이 넘는 메트로폴리탄 도시에 최소한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4개국어 정도는 같이 병기를 해주어야 하지 않나? 

3. 노약자석은 노인석이 아닌데, 왜 노인만 취급을 하나? 노인과 더불어 임산부, 장애인, 환자도 반영을 해라! 


당시 나는 2호선과 5호선이 다른 회사인 줄 모르고 2호선에 올렸는데, 다음과 같은 답변이 붙었습니다. 


:예산이 부족하여 당장에 반영해 드릴 수 없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두 달 후쯤에 드디어 2호선의 저 할머니 딱지는 없어지고 2호선에 먼저 반영이 되더군요. 그리고 점차 1호선, 4호선, 5호선에도 확산되었습니다. 


그리고 2003년 2월에 있었던, 대구지하철 참사사건 이후 ... 일본에서 파견나온 조사관들이 이후 일본에도 이러한 노약자석을 확산시켰습니다. 일본에 이것이 시작된 것이 2003년 이후였지요. 


사라진 외국어 병기

그런데 얼마 전에 지하철을 탔더니 .... 다음과 같이 다시 바꿨더군요. 다시 노인이 지팡이 세우는 그림과 물건을 들고 앉지 말라는 모양의 픽토그림, 척 봐서 알 수 있는 것은 아기를 안고 있는 여인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왜 4개국어를 병행하라고 했는 지 ... 이해하실 겁니다. 첫번째 픽토그램은 여전히 지팡이 세우는 놀이를 하지 말라는 것 같지요? 게다가 외국어가 병기된 것도 왜 일본어가 빠졌는지 이해불가더군요. 일본인 관광객들이 적지 않은데 말입니다. 서울의 관광을 팔아야 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은게지요. 


후쿠오카를 가보면, 한글만 보고도 시내를 다 돌아나닐 수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 관광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거지요. 민족 감정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죠. 만약에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들의 주머니에서 한 푼이라도 빼내기 위해 더 친절한 일본어 설명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노약자석이라는 명칭

이젠 일본에도, 중국에도 비슷한 픽토그램이 있는데, 일본과 중국의 명칭은 "우선석"입니다. (중국에서는 박애석이라고도 함) 옆에 영어로 Priority Seat이라고 두 나라 모두 병기를 해두었지요. 교통약자라는 희한한 조어보다는 그것이 훨씬 더 나아 보입니다. 여전히 노약자석이라고 하면, 노인전용석으로 착각하는 무지한 노인들이 많습니다. (아래와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 노인은 허리가 꼿꼿하군요. 중국은 일본의 것을 그대로 따서 반영한 것 같습니다.)



모르니 그렇게 착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착각하지 않도록 용어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중국, 일본의 용어가 훨씬 더 직관적이지요?


노인들에게 봉변을 당한 것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구로역에서는 아내와 팔짱을 끼고 가다가 왠 노인이 시비를 걸어서 당황한 적이 있죠. 차마 말은 못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노인들은 무덤 밖에 남은게 없다고 외치고 싶었을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저러한 지하철 전체의 픽토그램을 한 곳에서 관리해서 ... 2호선 따로, 5호선 따로, 8호선 따로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불편함을 참지 마세요

지하철을 내리면, 플래폼에 번호가 있습니다. 그것도 지인이 건의를 한 것이고, 물건 분실시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지요. 그 번호가 차량번호가 되니까 .... 


삼성 라이이온즈의 유니폼은 촌스럽기 그지 없었지요. 그런데, 대학 다닐 때 옆의 선배 친구가 제안서를 작성하더군요. 유니폼이 맘에 들지 않아서 바꾸고 싶다고 ... 결국 그 친구의 제안대로 삼성라이온즈의 유니폼도 바뀌었습니다. 


통신사에서 날아오는 통신비 고지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통신비를 검증하는 자료로 국세청에 제출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인이 국세청에 건의를 했습니다. 휴대폰을 이용하려면 주민등록 첨부하고, 별 짓을 다 해야 하는데 도대체 왜 이것이 증빙자료가 되지 못하냐고 따졌습니다. 그리고 국세청에서는 그것이 수용을 해서 통신비 고지서를 통신비 증빙 자료로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우리 생활에서 불편함이 있다면, 건의만 하면 왠만큼은 반영이 됩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또 누군가는 해결해 주겠죠. 내가 실패한 것 중에는 독도 사진을 위키백과에 기부하기 위해, 저작권 정책을 바꾸거나, 또는 기부를 해달라고 각종 독도 단체에 탄원을 낸 적이 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마치 뒤에 방해하는 어떤 세력이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대체로 접수만 받고 ... 답변은 없거나 ... 누구처럼 기다려 달라로 끝났습니다. 이것도 누군가는 하겠죠. 하지만, 불편함을 느낄 때 건의를 계속 하다보면, 결국은 해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