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과생에게 코딩 교육이란?
필자가 취업한 해는 1997년이었고, 취업은 9월에 이뤄졌다. 공채였지만, 3개월의 인턴쉽을 마치고 정식 발령을 앞 두고 IMF 사태가 닥쳤다. 입사를 할 당시에도 취업 자리가 줄어들고 있었고, 회사로서는 신입 직원들을 떠 안고 가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우리에게 선택권이 주어졌다. 3개월동안 급여의 절반을 받고 다닐 수 있으면 그냥 다니고 아니면 퇴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전설적인 첫 월급 43만원이 나왔다. 당시 내가 과외 등으로 한 달에 벌었던 소득은 150만원이었다. 마지막에 냈던 등록금이 겨우 110만원 남짓이니 ... 웃음이 나올 수 밖에 ..... 물론 3개월 이후부터 받지 못했던 나머지 급여가 매월 점진적으로 입금되었지만, 그래봐야 130만원 수준이었다.(연봉으로 1500정도) 당시 은행에 취업을 했던 동기들의 평균 연봉 급여가 3000만원 정도였다.
하여간, 나는 개척되지 않은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스스로에게 비전을 심었다. 그런데 막상 사범대를 나온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당시 내게 문과 영역 외의 지식은 다음과 같았다.
- UNIX Shell 사용 (command, ftp, TELNET, USENET....)
- HTML 전문가급(Javascipt, Php, asp, CSS)
- Photoshop 중급
- Office 중급 (Spreadsheet, word, presentation)
- DTP(탁상출판) 전문가급
그런데, 문과생인 내게 경영학 이외에도 요구되었던 지식은 다음과 같다.
- C Programming
- SQL 언어와 RDB Design (주로 DB2, Oracle 같은 RDB)
- 서버 구축(웹서버, 네임서버, DNS)
당시 ERP는 우리 회사에 최적화된 것은 고사하고 비슷한 상업용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 주제에 프로젝트를 통해 최적화된 ERP를 구축하고, 여기에 전자결재, 게시판, 자료실 등을 결합하여 의사소통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요구해 왔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나를 절망에 빠뜨린 것은 엄청난 분량의 컨텐츠를 구축하라는 요구였다. 이러한 시스템은 은행과 항공사의 작업분량을 뛰어넘는 무모하기까지 그지없는 도전이었다. 약, 100억짜리 프로젝트를 기술력과 노하우조차 없는 초짜만 투입하여 성공해야 하는 미션 임파서블이었다.
내가 배속된 부서는 첫 6개월은 일반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직이었고, 나머지 6개월은 기획실이었다. 나는 영업직에 있을 때도 틈틈히 독학을 하며, 깨쳐나갔다. 대학교 때 배워두었던 HTML과 인터넷을 하기 위해 UNIX를 배웠던 것이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주로 인터넷 사업부 등을 거쳤다. 물론 내가 직접 프로그래밍을 하지는 않았지만, 업무 분석과 프로젝트를 위해 프로그래머와 의사소통을 위해 위의 상식을 최소한 중급 이상은 마스터해야 했고 ... 그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어떤 공대를 나왔는 지 질문을 했다.
물론 나는 사범대 출신이었다.
이게 한창 벤처 붐이 일었던 90년대 말, 2000년대 초반의 상황이었다.
요즘엔 한창 코딩 교육에 대해 붐이 일어나고 있다. 문과생은 이게 필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다. 언제 어디서든지, 어떻게 든지 반드시 필요한 세상이 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