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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입사) 시 학점을 보는 이유와 기준은?

세에임 2015. 2. 23. 15:26

결론부터 얘기한다면, 학점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학점 3.2에 토익 900점을 가진 A학생과 학점 4.1에 토익 850점을 가진 B 두 학생 중  하나를 뽑으라면 십중팔구 A학생을 선택할 것이다. 영어 점수(또는 전공)가 10점 더 나아도 학점보다는 영어 점수(또는 전공)가 나은 학생을 선택할 것이다. 학점은 기본만 충족되면 되는 것이지만, 학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반드시 기본은 해줘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즉, 입사 서류 통과 여부를 결정하는 제1차 관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3.0~3.2 이하의 학점을 가진 학생의 지원서는 아예 거부당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접수된 원서가 인사부에서 전공 등의 2차 선별을거쳐 넘어오면, 대부분 학점은 보지도 않고, 질문의 대상도 되지 않는다. 따라서 대학원이 목적이 아니라면 학점에 올인하는 것도 어리석은 선택이다.


대부분의 중견, 대기업에서 위의 두가지를 동시에 1차 관문으로 삼기도 한다. (개인적 경험이지만, 수능 1~2등급의 영어 점수를 받은 고3 조카들이 수능 직후 학원에서 1개월 간의 패턴 연습을 한 후 처음 치룬 TOEIC 점수가 740~750점이었다. )


나는 원래 입사 원서에서 학점을 잘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것보다는 주로 '창의력'(creativity)과 '활동성'(activity)에 중점을 두는 편이었다. 그런데 특이한 부하 직원 하나로 그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직원의 '창의력'과 '활동성'은 거의 95점에 가까울만큼 점수를 줄 수 있는 인재였다. 그런데, 이 직원에게는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다큐멘테이션(documentation, 문서화)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즉, 자신의 아이디어를 문서화 해 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 말은 체계적인 표현력(Power of expression, 광의적인 표현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그 직원의 졸업 학점을 보니 2.5 정도였다. 나도 같은 학교를 나왔기에 (개인적으로 학교 후배가 되었지만) 그 학교가 학점을 짜게 주는 학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내 주변에서 3.0 아래로 학점을 받는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다.(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은 많지만) 그래서 이 직원은 타부서로 발령을 내렸다. 내게는 아니 대부부의 직장 상사에게는 창의성(95점) + 문서화 능력(20점)을 가진 직원보다는 창의성(90점)+문서화 능력(90점)을 가진 직원을 더 필요로 한다. (문서화 능력이 낮다는 말은 아래에서 언급할 직관력이 떨어진다는 말과 동일하다. 이것은 인간과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의 가장 큰 차이이기도 하다.)


이 직원을 만난 이후로 내가 TO(인재 충원)를 요청할 때 사람을 뽑는 기준은  다음과 같이 추가 되었다.  


● 우선 학점은 무조건 3.2 이상이어야 한다. (4.5기준으로 3.2이면 되고 나머지를 봄)

다큐멘테이션프리젠테이션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이 3.2는 최저 기준이다. 물론 (4.1까지 정도면) 높으면 높을수록 좋겠지만, 3.2나 4.1이나 딱히 차이를 두지는 않는다.(부서에 따라 학점은 낮지만, 현장 경험이 많은 직원이 나을 수도 있다.) 이 최저 기준이라는 점수에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첫째는 노력이다. 아무리 자신이 처한 환경이 열악하더라도 노력하면 이 점수 이상은 받는다. 어떤 이들은 최저 3.0(삼성은 3.0이었다가 2015년 학점 제한이 폐지됨)까지 봐주기도 한다. 3.2는 4.5를 100% 봤을 때, 겨우 86%에 해당하는 점수이다. (적어도 주변에서 생계비와 학비를 스스로 벌어야 했던 나보다 열악한 가정환경에서 공부한 학생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열악한 환경이 핑계가 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 이하의 사람을 뽑으면, 표현력발표력이 현저히 떨어지는데, 가장 떨어지는 부분이 바로 표현력의 일부인 문서화(documentation) 능력이었다. 당연히 그것이 시원찮은 사람에게 좋은 발표력(presentation)을 기대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의외로 문서는 만들지 못해도, 자료를 주면 발표는 잘 하는 사람도 많이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그런 자료를 만들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야 한다면, 반쪽짜리 인재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머리 좋은 천재라도 자신의 아이디어를 적절하게 정리하고, 리포팅(documentation + presentation)하지 못하면 그것은 아무 의미없는 사람이다. 대체로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직관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물론 너무 학점이 높게 잡혀있어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은 직관력은 뛰어날 수 있겠지만, 활동성창의력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처럼 공부만 시키는 그런 대학에서 직관력창의력을 동시에 갖춘 인재가 나오기 힘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생각한다.(이 두 요소는 어느 정도 상반된 속성을 띠기에 겸비하기 어렵다.) 그런 사람은 자기소개서를 꼼꼼히 살펴본다. 


두번째, 이 학점에서 엿볼 수 있는 요소는 '성실성'과 '재능'이다. 성실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좋은 학점을 받지 못한다. 출석을 제대로 했는데도 볼구하고, 이 점수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재능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정말 뭔가를 코피흘리면서 해본 사람은 자신의 노력을 자부하지 않는다.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같이 공부를 했던 친구 중에 학과, 단대, 학교 수석을 밥먹듯이 하는 친구가 있었다. 특이하게도, 이 친구는 머리가 특출하게 좋은 사람도 아니었는데 항상 수석을 했다. 이 친구의 경우는 자신을 과신하지 않았지만, 직관력은 뛰어났고, 창의력은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그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을 선택했다.(주변에 이런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에 공부에서 좋은 성취를 얻을 수 있는 비결은 뛰어난 머리가 아니라, 방법이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나는 4년제 대학을 나온 인재라면 당연히 다음과 같은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을 기대했다. 왜냐하면 90년대 졸업한 나에게도 이것은 기본이었다. 

- 영어는 남에게 뒤쳐지지 않을 정도로 갖추고 있을 것

- 오피스 프로그램(워드 + 파워포인트 + 엑셀)은 남에게 물어보지 않을 정도로 불편하지 않게 사용할 것


그런데 이후 내가 창업을 하게 되었을 때, 이 기본적인 조건조차도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 구직자들이 절반 이상이 된다는 것을 알고 절망했다. 특히, 일본에서 공부한 이들 중 오피스와 같은 기본적인 도구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사람들은 드물었다.


리포팅 능력은 대학교에서 리포트를 쓰며,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좋은 리포트 점수를 받을수록 리포팅 능력이 향상된다. 이미 90년대 중반에도 대학교에서 리포트와 함께 조별 발표가 일반화되었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나도 자연스럽게 Collaboration과 Presentation 능력을 길렀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대체로 서울의 중위권 이상 졸업생들은 이러한 조건을 잘 갖추고 있었다. 즉, 학력이 우수할수록 더 잘 준비되어 있다는 말이었다. 단순히 프리젠테이션 뿐만 아니라 이제는 토론(argument)까지도 훈련을 한다. 이러한 토론 훈련은 넓으면서도, 심층적인 상식을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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