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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경기도의 국제고 논란

세에임 2009. 4. 23. 17:00

일단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국제고라는 전반적인 틀은 환영하는 편이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는 국제고와 현재의 정부여당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시스템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한국인의 교육 본능

세계에서 가장 교육열이 높은 나라를 꼽으라면 한국, 중국, 베트남 정도일 것이다. (세계 최고의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일단 제외다.) 이 중 공교육이 제대로 된 나라는 드물다. 중국과 베트남은 국민소득의 한계에서 오는 것이고 한국은 다소 특이한 위치에 있다. 


한국은 공교육이라는 틀을 무시하고서라도 자녀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면 원정 출산마저도 불사한다. 예전엔 상류층만 가능했던 것이 이젠 국민소득의 향상과 미국에 친척을 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지금도 꾸준히 행해진다. 국내에도 마찬가지이다. 영어유치원 열풍이 분지 약 8년 정도 되었는데 .... 어느 정도 검증과 보완을 거쳐 여유가 되는 서울 쪽의 부모들에겐 인기 있는 조기 교육의 장이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지방은 보내고 싶어도 그러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곳이 드물다. 


지금은 위축되었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걸치는 중등 교육에서도 불과 2년 전만 해도 어학연수가 붐을 이루었고, 반응도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여유가 되는 중중층 이상의 가정에만 가능한 일이었다. 외국에서 돈 쓸 수 밖에 없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하고자 국제고 비스무리한 것이 노무현 정부에서 장기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답답함을 이기지 못했던지 이명박 정부는 근본 틀이 공교육임을 무시하고 붕어빵에서 앙꼬만 뽑아 그것이 붕어빵 자체임을 인식하고 "어륀지!"라는 구호와 함께 삽질부터 시작하였다. 시행착오는 나중에 거치고 일단 무조건 하고 보자는 식으로 덤벼들었다. 


고급 교육의 장

지금도 비용이 들지 않는 과학고와 같은 특목고를 제외하면 외국어고나 예체능고를 보내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든다. 2009년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외국어고 평균 등록금이 1700만원이라고 했으니 환율이 안정되었을 때 미국 대학의 등록금과 맞먹는다. 분명 특목고 중 대부분은 중산층(연수입 3,000 이하의 가정, OECD 기준으로 2700정도 되는 가구)에서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하며,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되풀이 해야 한다. 


그 논쟁의 중심이 된 국제고는 특목고의 한 종류로 분명 고급 교육의 장임에 틀림없다. 또한 지금도 많은 돈을 써가며 홍콩이나 싱가폴, 상하이, 청도 등에서 인터내셔널 스쿨에 자녀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아무래도 외국에서 돈 쓰는 것보다 국내에서 돈 써는 것이 당당할테고 도움이 되니까 ... 이러한 교육열 본능은 막아도 소용없는 것이다. 외국에서 돈써면 욕먹지도 않는다. 돈 써는 줄 모를테니 말이다. 


원점에서 검토한다?

원점에서 검토한다는 말은 타당성 검토를 다시 해서 폐지를 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 다만 장기적인 플랜으로 서울 지역에서 1년만에 뚝딱 부실하게 만들어지는 국제고를 보완하여 적어도 2~3년 정도의 시간을 가지고 장기적인 대비를 하여 부작용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정책 자체의 한계

국제고 논란 자체를 없앨려면 차라리 International School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 볼만 하다. 대상은 한국인 대상이 아니라 외국인 자녀들을 대상으로 하고, 한국인도 동등한 입학 자격을 가진다면 나쁠 것도 없다. 물론 그래봤자 돈있고 교육환경이 뛰어난 학생들 밖에 들어가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5%라도 쿼터를 둬서 돈없는 가정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환영이다. 


국제고는 잘만 활용하면 외국에서 년간 2만 달러 이상 주고 인터내셔널 스쿨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 그곳 생활비도 만만찮을테니 말이다. ... 이러한 여유가 있는 사람들 욕구의 배출구를 아예 막아버리는 것도 국가적으로는 큰 손실이다. 막으면 막을수록 해외로 외화가 빠질 수 밖에 없다. 부자들에게 기회를 막는다 해서 쓸 돈을 안쓰지는 않으니 말이다. 


다만, 이건 말 그대로 100% 돈 있고,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일부를 위한 특권적인 정책이다. 전체적인 국가의 교육 플랜을 짜고 그 속에서 이러한 것도 끼워넣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 2MB 정부의 특권 교육 정책이 전부인 것으로 홍보하지만 결과적으로도 짧은 시간에 사교육비만 상승하는 폐단을 낳았다.  


이러한 국제고의 논란에서 2009년 3월에 치뤄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 대부분은 특목고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교육의 하향평준화라는 말은 단지 정치적인 구호일 뿐이라고 인식하였다. 


영어에 목숨건 어리석음

우리나라는 네덜란드나 스위스, 벨기에와 같은 강대국으로 둘러쌓인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다. 따라서 이들 국가가 가장 먼저 배운 언어가 한 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프랑스어도 아니요, 독일어였다. 그리고 주변국이 어느 나라가 있느냐에 따라 기타 언어가 달라진다. 이태리어, 프랑스어, 독일어, 영어 방송도 다양하며 언어도 다양하고 필요성에 의해 교육을 받고 있다. 


현재 우리는 일본과 중국, 영어권에 쌓여있다. 영어에만 목숨거는 교육 자체를 필자는 이해할 수 없고, 일본어를 배운다는 사람들이 일본어 밖에 못하는 사실도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