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한자 ◆◆◆/교육

영어냐 중국어냐

세에임 2009. 8. 17. 19:47

2009년 8월 17자 경향신문에서 로버트 파우저 서울대 국어교육과 교수(미국 미시간대를 졸업)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한국 사람들이 발음을 중시하고, 영어 선생님으로 미국인 백인 저학력자를 필리핀인 박사보다 선호한다. 이는  한국 특유의 '랭킹주의'에서 기인한 것이며, 랭킹주의는 2차대전 무렵 일본이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강요되던 것인데, 그게 왜 2000년대 한국에서 재현돼야 하는지 안타깝다"


실제로 필리핀 대학 졸업자 중에도 발음이 좋은 사람들이 많으며, 문제는 발음보다는 그들이 알고 있는 지식을 더 사야 한다. 필자는 미국식 영어 중심주의의 폐해를 여러 번 지적했다. 세계의 중심 영어는 영국식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식 영어에 한국을 중독시켜 이젠 미국식 영어가 아니면, 이상하게 들리도록 만들어 놓은 현실에 개탄한다.  그것을 대표하는 것이 숙대 전총장의 어륀쥐(orange) 발음이다. 이 한마디에 정말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롱맨에서 발음의 차이를 들어보자! (영국식은 오리ㄴ쥐, 미국식은 아리ㄴ쥐와 비슷하게 들린다.)


그딴 발음 교정은 1주일만 현지에서 살아도 충분히 교정할 수 있다. 경상도에서 표준말을 하는 사람의 억양이 이상하듯이 그것을 이상하다고 하는 사람 자체가 무식하다는 말이다. 이런 사람들이 소위 "A man  met a policeman!" 이라는 말을 미국 사람이 "에이 맨 멧 에이 폴리스맨" 라고 발음하면 "미국 사람들은 'A'를 '에이'라고 읽더라!"라고 떠들 사람이다.(실제로 그렇게 발음하는 지역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가 아니면 무시해버리는 이상한 외국어 교육정책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언어교육은 국가의 생존을 고려해야 한다.

필자는 로버트 파우저 교수의 의견에 100% 동의한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언어 교육에 있어서는 스위스와 네들란드 모델의 핵심을 따라야 한다. 물론 이 국가들과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이들은 지방마다 언어가 달라 자국의 TV 채널에도 각기 서로 다른 언어로 방송이 된다. 


스위스의 언어지도, 가장 많은 부분을 독일어가,  다음이 프랑스어이다. 이태리와 가까운 루가노는 이태리어 지역이다. 지방 방송도 그 언어에 맞게 4개의 언어로 나온다. 


하지만 언어교육에 대한 핵심은 우리가 참고해야 한다. 이들이 언어 교육에 있어 가장 중시하는 것은 바로 "국가의 생존"이다. 이들은 생존(정치적, 경제적)을 위해서 주변국의 언어를 모두 공부한다. 스위스에서는 "이태리어,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가 사용되며, 네들란드 또한 다르지 않다. 모두 빈약한 군사력과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에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들이다. 우리나라라고 다를까? 21세기 슈퍼 초강대국으로 부상하는 중국과 이미 기반이 탄탄한 일본이 있고 여전히 세계의 중심이라는 미국이 있다. 


제2외국어와 제3외국어

따라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언어는 중국어와 일본어, 영어이다. 우선 SECOND LANGUAGE로 영어를 선택했다면 그 다음 언어는 반드시 중국어나 일본어가 되어야 한다. 필자의 아내는 일본어에 능숙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일본어보다는  중국어를 우선으로 가르치려 한다. 


일단 중국어는 한자 문화권인 우리나라에는 비교적 배우기 쉬운 말이다. 중국어 어순과 문법은 영문법과  유사하지만, 영어에 익숙한 한국이 그래서 더욱 더 배우기가 쉽다. 또한 라틴어 계열의 독일어나 프랑스어와는 달리 동사의 변화형이 없다. 


i am ~ → 我是   

i will   ~ → 我是 

i was  ~  → 我是

are you ~?  → 你是 ~ 吗? 또는 是不你~?


따라서 다른 언어보다 적은 노력으로 더 쉽게 배울 수 있다. (단, 한자만 어느 정도 안다면 .... ) 오히려 필자는 중국어를 배울 때 간자체에 익숙해지기가 가장 힘들었다. (또한 중국어와 일본어 워드 작업을 할 때는 짜증이 많이 나서, 한글이 얼마나 편리한 언어인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


초등학교 2학년과 6세의 딸에게 영어와 한자를 가르치려는 이유도 제3 외국어인 중국어를 나중에 되도록 빨리 접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인천 공항에서 산동성의 웨이하이는 비행기로 40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인천에서 제주까지 가는 시간보다 훨씬 가깝다. 이젠 국가는 전략적으로 언어교육에 대한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필자의 희망으로는 Second Language로 영어를 Third Language로 중국어를 가르쳤으면 한다. 물론 시험에 부담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이지만, 현실적으로 또 다른 비용과 부담을 낳을 뿐이다. 


"어륀지" 외에 장기적인 청사진을 내놓았던가?

이러한 정책을 대운하 정비하듯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 모든 정책은 기분에 맞쳐, 잠깐의 아이디어에 의해 진행된다. 장기적인 청사진이 없다는 말이다.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든 청사진을 만드는 작업에 우선했던 것과는 하늘과 땅차이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 그나마 진행되던 프로젝트마저 파기하고 "몰입식 영어교육" 이 한마디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교육비의 증가가 있었던가? 외국의 많은 학자들이 지적하듯이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땅값 문제(집값도 포함)와 교육비이며, 역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것만 해결되면 정말 살만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명심해라!